미디어북
성당을 새기다
저자 윤영선
판형 크라운판
페이지 796
발행일 2016-10-30
ISBN 979-11-959051-1-9
정가 23000
판매가 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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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이끌어주시는 길

 

2013 4월 중순 알록달록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할 무렵, 늘 든든한 보호자였던 어머니가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장녀인 나는 많은 충격을 받았다. 2014년 우연한 기회에 오래된 국내 33곳 성당을 스케치하기 시작하면서 2015년에는 전시회를 하게 되었고 그 과정을 엮은 ‘성당을 그리다’라는 책도 발표하게 되었다. 그 당시 전시회에 오신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내가 아직 모르고 있는 다른 성당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고 가셨다. 이러한 많은 분들의 정성과 개인적 호기심으로 오래된 성당들을 하나 둘 찾다보니, 어느덧 33곳에 13곳을 더하여 46곳이 되었고, 2015년 성당스케치를 계속 이어가게 되었다. 33곳 성당은 다시 방문하여 사진을 찍고 돌아와서 그렸고, 추가된 성당은 현장에서 야외스케치를 하였다.

 

전시회에 오신 지인분이 초대한 판화전시회를 보고 성당그림을 판화로 새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내가 실내디자인 전공을 해서인지 평면보다는 부조나 오브제에 관심이 많았고, 평소 유화나 아크릴화를 그릴 때에도 물감을 아주 두껍게 올리는 경향이 있었다. 나무판 위를 입체로 새긴 후 종이에 평면으로 찍어내는 과정인 목판화에 끌렸으며, 판화로 성당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판화작품을 14개월 동안 12곳 성당, 14점을 찍게 되었고, 이들을 한데 모아서 오래된 성당들의 유화, 판화, 먹물스케치 작업을 수록한 ‘성당을 새기다’를 발표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점차 내 뜻이라기보다는 하느님이 이끌어 주신다는 생각이 점차적으로 강하게 들었으며, 이러한 느낌을 가진 계기가 된 성당 방문기와 만남들을 본서의 본문 내용에 수록하였다. ‘성당을 그리다’에 수록된 성당들에 대한 방문기는 새롭게 야외스케치를 하거나 판화를 새긴 성당에 비해 그 내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올해 11월 전시를 앞두고 지난 8 15일 성모승천대축일에 진주 문산성당에서 남편과 미사를 참여하게 된 이후 책의 원고나 완성할 그림도 많이 남아있고 시간도 빠듯하지만, 스케치한 성당 중 미사를 보지 않은 성당 23곳의 성당에서 전부 미사를 보기로 결심하였다. 성당그림을 그리다보니 그리는 행위이상으로 그 성당에서 중요하게 이루어지는 내용인 ‘미사참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개강이 얼마 남지 않은 8월 중순에 각 성당들의 미사시간을 확인하고 스케줄을 짜기 시작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다소 무모하지만 행운이었다. 미사에 참여함으로써 완성하지 못한 남은 그림들도 더 느낌을 살려서 마무리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미사시간에 들은 말씀과 성당에 오고가는 여정에서의 느낀 점과 묵상들이 본서를 쓸 수 있는 중요한 원고자료가 되었다.

 

스케치하는 성당을 반복하여 방문하고 미사를 통해 공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우연한 만남 속에서 많은 위안과 힘도 얻었다. 특히 매일, 어떤 날은 하루에도 3번이나 미사참례를 거듭할수록 다음과 같은 확신이 생겼다. 미사참례는 ‘흡사 보물을 캐러가는 것’이라는.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묻혀 있는지 정확히 알고 가는 주님이 이끌어 주시는 길’이라는 것이다. ‘나는 작은 수고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초반에는 빡빡한 일정에 몸도 마음도 고되었다. 그러나 순례미사일정을 시작하기 전 8월초 성당에서의 성시간(묵상시간)에 “바짝 엎드려 무조건 복종하라.”는 메시지의 느낌을 받았었다.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면서, 지금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어떠한 불평, 불만도 하지 않기로 하였다. 마음먹기에 따라 몸과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음을 느꼈다.

원고를 써야할 즈음에는 일정상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래서 다니는 본당에서 성체조배를 하였다. 졸음이 오는 듯하더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드러내라, 표현해라.”라는. 무슨 뜻일까? 생각하면서, 더욱더 용기를 내어 ‘성당을 새기다’ 원고를 잘 마무리하여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금번 ‘성당을 새기다’가 나오기까지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크로키의 기초에서부터 다양한 표현법과 개성을 끌어내주신 김재권선생님, 물감의 조색과 화폭의 구성, 구도를 가르쳐 주시고 성당야외스케치를 꾸준히 하라고 해주신 김재학선생님, 판화의 문외한인 나에게 기초부터 작품완성에 이르기까지 가르쳐 주시고, 휴일시간을 한 번도 변경 없이 지도해주신 류연복선생님, 물감두께와 그림의 균형과 리듬을 맞추는 법과, 그림을 끝내야 할 시점을 결정하는데 자신감을 주신 신재욱선생님, 미흡한 원고를 저자의 의도를 살려가면서 꼼꼼히 교정봐 주신 이호신부님과 백재은선생님, 죽전성당에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그림을 걸으셔서 개인적 치유와 그림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주신 최황진신부님, 고해성사와 미사강론을 통해서 보석 같은 메시지를 전달해주신 46곳 성당 신부님들, 판화에 들어갈 문구를 캘리그라피로 쓰는데 가르침을 주신 강대연선생님이시다. 또한, 불가능할 뻔한 일정을 맞춰가면서 책의 발행을 도와주신 도서출판 미디어북의 정상훈사장님과 최영민 디자인실장님이시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되어 한결같이 지지해주고 도움을 준 남편과 부족한 엄마를 믿어준 두 딸들, 자식이라서 언니라서 늘 염려와 사랑을 보내주신 아버지와 시어머님, 여동생에게 감사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여러 일정과 새로운 만남, 소소한 사건과 그때마다 했던 새로운 결정들, 당초 계획한 것들의 변경 등. 길목 길목에서 만난 중요한 역할을 해주신 분들, 필요한 정보와 말씀들을 예기치 않게 주신 분들과의 만남 등. 성당을 방문하는 여정에서 경험했던 다양한 자연풍광과 알맞은 기후와 날씨 등. 이런 모든 일들 속에서 나를 이끄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느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보잘것없고 미흡한 저를 이끌어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