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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동시청 살인범에 사형 안내린 이유는...” 재판부 판결문 6장에 담긴
작성자 고시계/미디어북 (ip:)
  • 작성일 2022-10-14 09: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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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청 살인범에 사형 안내린 이유는...” 재판부 판결문 6장에 담긴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부(재판장 이민형)는 13일 안동시청 주차장에서 출근하던 여성 공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44)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징역 30년은 유기징역형의 상한에 해당하는 형량이다재판부는 이런 양형을 하게 된 이유를 이례적으로 판결문에 길게 풀어썼다이 사건 판결문 전체 13페이지 가운데 6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을 할애했다.

재판부는 선고형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숙고했던 바를 위험한 사회방치된 안전비참한 희생자 이 사건 참극이 벌어지기까지 살인죄의 책임과 양형우리 사회의 고민과 재판부의숙의 등 세 가지 소주제로 구분해 서술했다재판부는 첫 번째 소주제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가정폭력과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과 과거 유사 사건을 거론한다이어 피해자의 시점에서 범행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묘사했다. “아팠을 것” “무서웠을 것” “서러웠을 것이란 표현이 나온다.

 

◇ 위험한 사회방치된 안전

재판부는 먼저 불행히도많은 수의 여성들이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범죄로 고통받고 있다그들 중 불운한 누군가는 한때의 연인이나 지인이었다가 섬뜩한 살인자로 돌변한 얼굴을 생의 마지막 장면으로 눈에 담은 채 황망히 삶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기도 한다고 적었다.

이어 살인자는 이혼 후 도망치듯 이사 다니는 전처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달고 쫓아가 칼로 찔러 죽이고(2018년 서울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잠긴 욕실 문을 두드리며 애원하는 피해자 부모를 아랑곳하지 않고 처형장으로 변한 화장실 바닥에서 칼로 도륙하고(2022년 천안시 성정동 원룸 살인사건), 혼자 순찰근무에 나선 피해자를 쫓아가 두려움에 떠는 마지막 숨기운에 칼끝을 찔러 넣으며 끝내 사냥을 마무리한다(2022년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 사건 살인범행의 피해자에게 그러한 불운이 닥쳤다고 했다.

재판부는 부적절한 내연관계를 끊고자 온 힘을 다해 피고인을 밀어내던 피해자는출근길을 노리고 잠복해있던 피고인과 마주쳤기에날카로운 칼날에 육중한 체중을 실어 몸통을 수차례 찔러오는 독한 난도질을 당해내지 못 하고결국 차가운 주차장 바닥에 쓰러져 눈을 감고 말았다며 역설적이게도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바라본 세상은 사랑하는 가족이 아닌평생 마주치지 않길 간절히 바랐던 피고인의 살기 가득한 얼굴이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아마도피해자는 생전 처음 겪는 통증에 많이 아팠을 것이다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피를 보며 많이 무서웠을 것이라며 남편에게는 미안했을 지도 모른다그리고 엄마 품을 그리워할 어린 두 자녀를 떠올리며 많이 서러웠을 것이다피해자를 추억하는 이들에게 2022년 7월 5일 아침은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게 되었다라고 했다.

이 사건 참극이 벌어지기까지라는 제목이 붙은 두 번째 소주제에선 이 사건 공소장에 담긴 A씨의 범죄 행각과그 같은 범행을 저지르게 된 배경을 옮겨 적었다범죄 이후 피해자와 유가족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적었다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이별통보를 받았음에도 계속 만남을 요구하였으나 거부당하자 피해자에게 집착하기 시작하였고피해자와의 외도 등으로 아내와 불화가 생기면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자 모든 불행이 피해자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투사하는 망상에 빠져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을 키워가다가 결국 잔인하게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썼다.

 

◇ 살인죄의 책임과 양형우리 사회의 고민과 재판부의 숙의

 

세 번째 소주제는 살인 범죄에 대한 현대 사회의 형사사법제도살인 피해자 유가족의 고통에 대해 진단하는 내용이 담겼다생명을 앗아간 범죄자에 대해 어떤 처벌을 내리는 것이 합당한지를 두고 재판부가 고민한 과정도 적어 내려갔다. “피해자가 왜 살인자의 칼에 죽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질문만큼이나왜 살인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 옳지 않은지에 대한 질문의 답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모호함만 남긴다는 식의 문장이 포함됐다.

재판부는 이 소주제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문명국가의 형사사법은 야만적인 형벌을 금지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도주의를 공통분모로 형성된 자유형 중심의 현대적 형벌제도는 생명·신체를 훼손한 범죄자에게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장하는 역설을 불러온다고 운을 뗐다이어 피해자의 사체는 온몸이 차마 눈뜨기 보기 힘들 정도로 찢기고 그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처참한 모습임에도범죄자 자신은 신체의 완전성이 조금도 훼손될 우려가 없이 그저 재판장의 입에서 새어나올 몇 년의 형기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뿐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재판을 받는 살인자는 저마다씻을 수없는 잘못에 매일매일을 괴로워하고 있으며 죽는 날까지 참회하겠다는 틀에 박힌 말을 꺼내는데가족이 살인자의 칼날에 처형당한 생지옥을 겪고 남은 인생을 비탄과 자책 속에 견뎌야만 하는 유족의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다라고 했다이어 범죄자의 심신은 피해자와 가족들의 심신보다 어느 면에서나 우대받는다며 이 사건 피고인 역시 수십 건의 반성문을 써내며 유족들에게 죽을죄를 지었다고 호소하나그 속내는 형기를 마치고 출소할 날을 손꼽아 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단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많은 시민들이 사법부에 묻는다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게 사형을 내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생명을 경시한 사람의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라며 그럼에도 사형제도 존폐에 관한 논쟁이 오랜 기간 이어져오는 동안 이러한 목소리는 학계나 법조에서 흥분한 대중의 과격한 주장쯤으로 여겨지는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그러면서 이성과 인본이 근간이 된 문명사회의 사법시스템과 양립하기 어렵다는 정해진 결론이 어딘가에 확고히 서있는 것 같기도 하다사람 한명 죽인 범죄로 사형을 선고한다는 것은 책임과 형벌의 비례관계를 크게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이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날아들 것 같다고 했다.

 

◇ 불안감치밀함잔혹함참담한 충격비참한 설움

 

재판부는 본 재판부는 피해자의 생명을 잔인하게 앗아간 피고인의 선고형 결정에 관해사형 및 무기징역형까지 포함한 법정형 범위 내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과 원통함에 합당한 처벌피해자의 생명이 사라지는 순간 이 세상 어딘가에 생긴 균열된 정의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노력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유사 범죄로 일상을 위협받으며 사회적 안전시스템 구축과 범죄자 엄벌을 외치는 많은 잠재적 피해자들의 목소리까지 하나하나 무거운 마음으로 고민하며 형량을 정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한 사람의 생명을 영구히 박탈한 피고인에게 동등하게 그 생명을 박탈하거나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처벌을 가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진입하며 쌓아온 다각면에서의 복합적인 사회적 합의의 성숙도에 반하지 않는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이라고 주저하며 대다수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살인죄 양형기준 권고형량의 평균에 수렴하는 형기의 유기징역형을 선택하는 획일화된 결론을 내리지는 않고자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 양형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오랫동안 피해자를 서서히 조여들던 서늘한 불안감미리 회칼을 준비해 피해자의 근무지에서 기다린 치밀함아침 출근길에 방심한 틈을 노려 피해자를 습격하고 수십번 몸통을 찌른 잔혹함관공서 주차장에서 벌어진 끔찍한 참변피해자가 겪었을 처절한 고통과 유족들이 겪은 참담한 충격엄마 잃은 자녀들이 자라면서 감수해야할 비참한 설움이 모든 감정과 상황을 양형요소로 평가해 보면피고인에게 살인죄 법정형의 유기징역형 상한에 해당하는 30년의 징역형 이외에 달리 적정한 양형을 선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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