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평가’ 놓고 대학들·변협 충돌
-대한변협 “25곳 중 16곳 기준 미달”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평가위원회가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중 16곳이 기준 미달이라고 평가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반발하고 있다.
로스쿨 교수와 법조인, 언론인 등 11명으로 구성된 ‘로스쿨 평가위’는 교육부를 대신해 로스쿨평가를 담당하는 법적 기구다. 아직 교육부 최종 결정이 남았는데도 대학들 반발이 거센 이유는 기준 미달 대학의 규모가 전례 없이 컸기 때문이다.
대한변협의 로스쿨 평가 결과
1.한시적 불인증(3개 로스쿨)
경희대학교, 서강대학교, 인하대학교
2. 조건부 인증(13개 로스쿨)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건국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충북대학교, 전북대학교, 전남대학교, 원관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제주대학교, 아주대학교, 중앙대학교, 성균관대학교
3. 인증(9개 로스쿨)
경북대학교, 연세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한양대학교, 강원대학교, 부산대학교, 충남대학교, 영안대학교, 동아대학교
이번 평가는 전국 로스쿨의 최근 5년(2017년 3월~2022년 2월)간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였다. 기준을 충족해 ‘인증’을 받은 로스쿨이 9곳에 그친 반면, 나머지 16곳 중 13곳은 ‘조건부 인증’, 3곳은 ‘한시적 불인증’ 평가를 받은 것이다. 5년 전 평가에서 23곳이 ‘인증’, 2곳이 ‘조건부인증’을 받았던 것과 큰 차이가 있었다. ‘한시적 불인증’ 평가는 2009년 로스쿨 도입 이후 이번에 처음 나왔다고 한다. 이번에 ‘조건부 인증’을 받은 13곳에는 서울대, 고려대, 충북대, 전북대, 전남대 등이 포함됐고 ‘한시적 불인증’을 받은 3곳은 경희대, 서강대, 인하대로 나타났다.
‘조건부 인증’은 평가영역 가운데 하나가 기준에 미달하고 1년 안에 개선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곳에 대해 적용된다. ‘한시적 불인증’은 미흡한 사항이 여러 개이거나 하나라도 1년 안에 개선이 불가능한 경우다. 교육부가 평가결과를 확정하면 ‘조건부 인증’을 받은 로스쿨은 지적사항에 대해 1년 이내에 추가평가를 실시한다. ‘한시적 불인증’은 2년 이내에 모든 영역에 대해 재평가받아야 하며 교육부가 재정지원도 줄일 수 있다.
이런 평가 내용이 알려지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변협 평가위원회의 평가 요소는 153개인데 이 가운데 한두 개만 충족하지 못해도 ‘불인증’ 평가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반발했다. 또한 “재평가나 불인증 등이 인가 취소와 같은 법적인 효력은 없는데도 해당 로스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에 채용된 지 얼마 안 된 교수들, 암 투병 중인 교수에 대해서도 ‘기준 위반’ 평가가 나왔다”고 했다.
일부 로스쿨은 변협 평가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은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달 평가 결과를 그대로 교육부로 보낸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로스쿨과 변협이 로스쿨 평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 등을 놓고 대립해 왔는데 이번에 변협이 ‘로스쿨의 64%가 기준 미달’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해당 대학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는 말이 나왔다. 한 로스쿨 교수는 ‘5년 전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로스쿨 교육의 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를 줄이려는 변협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스스로가 약속했던 법학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스쿨 평가위는 5년마다 로스쿨의 강의, 교수 연구실적, 장학금, 시설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평가결과를 내놓는다. 이번에 자격 미달 평가를 받은 로스쿨의 경우, 변호사시험에 포함되지 않은 실무 강의를 맡은 교수들이 로스쿨이 아닌 다른 학과에 가서 강의하거나 논문 점수를 채우지 못한 경우가 문제가 됐다고 한다.
평가 결과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한 로스쿨도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평가에는 위원 11명 중 9명이 참여했고 그중 표결권을 가진 8명(대리 참석한 1명 제외)이 표결했다. 로스쿨 교수 위원 4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위원의 평가가 특히 엄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로스쿨 진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는 응시자는 2019년 9740명에서 2020년 1만291명, 2021년 1만1154명, 2022년 1만2575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로스쿨은 ‘고시 낭인’을 없애고 다양한 전공을 가진 변호사를 배출하겠다는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지금은 ‘변시 낭인’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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