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성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 위헌성 정식 심리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힘과 정부가 신상공개 대상 범죄 범위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성범죄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의 위헌성을 심리 중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헌재는 성범죄 피의자의 신상 공개를 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제25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작년 11월 접수해 심리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위헌법률심판은 텔레그램 ‘n번방’ 구매자로 2021년 징역 5년을 확정받은 A씨 사건에서 비롯됐다. A씨는 2020년 6월 경찰에 구속됐는데, 강원도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는 같은 해 7월 A씨의 얼굴, 성명, 나이를 공개하겠다고 의결했다. A씨는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가처분 소송 냈고, 춘천지방법원이 A씨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신상 공개를 피하게 됐다. 그러나 이듬해 9월 본안 소송 1심에서는 패소했다.
이 사건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1부(재판장 황승태)는 성폭력처벌법 제25조 제1항의 위헌성이 의심된다며 작년 10월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절차 규정이 없어 적법 절차 원칙과 무죄 추정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공개 대상 범위가 너무 넓고 불명확한 점, 공개 기간과 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는 점, 남용 방지를 위한 규정이 없는 점 등을 문제로 들었다.
헌재가 이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당정이 추진하는 중대 범죄자 신상공개 확대 특별법 제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범죄자 범위를 종전 살인·강도·강간·강제추행 등에서 테러, 마약, 아동 대상 성범죄, 묻지 마 폭력 등까지 확대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또한 현재 피의자로 한정된 신상 정보 공개 대상을 기소 이후 재판을 받는 피고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 한 법률은 성폭력처벌법과 특정강력범죄법 두 가지다.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피고인의 경우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근거해 법원이 신상 공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