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증 받았는데 한국인 아니라니… 대법원서 구제
-한국 父·중국 母 사이 태어난 남매
-뒤늦은 혼인신고로 출생신고 말소
-주민증 받았는데 한국인 아니라니… 대법원서 구제 기사의 사진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남매가 행정 착오로 무국적이 될 처지에 놓였다가 대법원에서 구제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0대 A씨 남매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국적 비보유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씨 남매는 1998년과 2000년 각각 한국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한국, 모친은 중국 국적이었다. 출생 시점에 부모는 혼인 신고를 올리지 않은 상태였다.
국적법에 따라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인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가 출생 신고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으려면 부모가 혼인 신고를 한 상태여야 한다. 자녀가 미성년자일 때 가능한 절차다. 성인이 되면 별도 귀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부친이 남매에 대해 2001년 출생신고를 했고 행정청도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했지만, 법적으로는 사실상 무국적 상태였다.
그런데 부모가 2008년에야 혼인 신고를 하면서 남매가 태어날 때 했던 출생신고가 말소됐다. 외국인 엄마에게서 나온 혼외자 출생 신고라는 이유였다. 아버지 가족관계등록부에 중국 국적으로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중국 국적도 없었다.
남매는 한국 국적이 없었지만 17세가 되자 주민등록증이 발급됐다. 대학 진학을 했고 국가장학금도 받았다. 법무부는 2013년과 2017년 남매 부모에게 국적 취득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안내했으나 부모는 이행하지 않았다.
성인이 된 남매는 2019년 법무부에 국적 보유 판정 신청을 했다. 법무부는 그해 10월 남매에게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다.
남매는 불복해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이겼으나 2심에서 졌다. 2심은 남매 출생신고 말소 후 행정청이 부모에게 이를 수차례 알리고, 국적 취득 절차를 안내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주민등록증 발급 등)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 표명’이 있었고, 남매는 이를 믿었다가 중대한 불이익을 입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국적 취득 절차를 밟지 않은 부모의 과실을 남매에게 물을 수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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