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생계유지에 필요한 압류금지 채권, 채무자가 입증해야”
예금을 압류당한 채무자가 생계유지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돈이라며 압류금지 채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입증할 책임은 채무자에게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 씨가 B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예금 반환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한 대부업체로부터 180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법원은 2012년 A씨의 예금채권에 대해 압류·추심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B 은행 계좌에 남아있던 150여만 원이 압류됐다.
그러나 A씨는 이 예금이 생계유지에 필요한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며 은행을 상대로 예금 반환 소송을 냈다. 2019년 당시 민사집행법은 채무자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월 150만원 이하의 예금은 압류하지 못하도록 정했다. 현재는 월 185만원으로 상향 됐다.
B 은행 측은 “압류 금지 금액은 채무자의 전 금융계좌를 통틀어 인정해야 하는데, 압류명령을 받은 여러 금융기관 중 하나로서는 개별 금융기관의 예금액만으로 그것이 압류 금지 채권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2심은 모두 은행 측이 A 씨의 반환 청구를 거절할 만한 사정을 증명하지 못했다며 150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압류된 계좌에 남은 예금이 압류금지 채권에 해당하는지는 A 씨가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A씨가 압류된 각 계좌의 입출금 내역 등을 추가로 제출하지 않아 증명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봤다. 이 때문에 B은행은 계좌에 남은 예금이 압류금지 채권에 해당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소액사건은 원칙적으로는 상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판단을 내놨다. 소액사건은 원심이 대법원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했을 때만 상고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심리를 한 이유에 대해 “같은 법령의 해석을 두고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는 판단을 내놓는데도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면 국민 생활의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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