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 재판부’ 한달 만에… 장기미제 3건 선고기일 잡혀

일선 법원장이 재판을 직접 담당하는 ‘법원장 재판부’가 복잡한 사건 해결에 앞장서며 출범 한달 만에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기미제와 파기환송 같은 ‘묵은 사건’ 처리에 숨통이 트이면서 재판 체증에 고통받던 국민들에게도 ‘사법 원복’ 효과가 확산될 조짐이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현재 전국 37개 법원 모두 법원장 재판 체제를 갖췄다. 재판 경험이 많은 법원장 재판장들은 주로 복잡한 사건을 맡아 사건 처리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

새로운 사무분담이 시작된 지 한달 만에 벌써 장기미제 선고기일을 잡은 법원도 나왔다. 김세윤(57·사법연수원 25기) 수원지방법원장은 민사항소 장기미제 전담부 재판장으로서 이달 14일 첫 재판을 진행했다. 김 법원장은 당사자들의 ‘대면권’ 보장을 위해 변론기일이 지정되지 않은 사건을 우선 배당했는데 이날 재판을 진행한 7건 중 3건에 대해 변론을 종결해 다음 달 18일 선고할 예정이다.

김국현(58·24기) 서울행정법원장도 18일 첫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김 법원장은 14개 사건의 변론기일을 열었는데 대부분의 사건이 접수 이후 5년 이상 지난 것들이었다. 이 가운데에는 10년 가량 1심에 계류된 사건도 있었다. 김 법원장은 “법원장으로서 재판하는 개인적 소감은 영광”이라며 “법원이 당면한 현실에서 일부 사건이라도 같이 처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고, 적체된 사건과 장기간 미뤄진 사건의 일부나마 처리함으로써 사법 신뢰를 회복하고 법원장으로서 보여드릴 기회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개원 이후 최초로 행정법원에서만 4번째 근무를 하게 된 그는 법원장 보임 직후 법원장의 재판 업무를 위한 사무분담에 다각도로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북부지법도 18일 박형순(53·27기) 서울북부지법원장과 부장판사 2명을 배석판사로 둔 특별재판부에서 민사합의 장기미제 9건에 대해 변론기일을 열었다. 주심판사는 재배당된 장기미제사건의 담당재판부였던 2개 민사합의부의 각 재판장들이다. 북부지법은 장기미제 사건의 신속 처리를 위해 특별재판부에 재판연구원을 배치하는 등 대등재판부의 형식을 취했다.

서울북부지법 관계자는 “재배당된 장기미제사건의 담당재판부 재판장을 특별재판부의 주심판사로 하여 사건관리의 연속성을 유지함으로써 재배당된 장기미제사건의 적정한 사건관리를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동부지법(22일)과 남부지법(25일), 서부지법(27일), 중앙지법(28일)에서도 법원장 재판이 시작된다.

법원장 재판에 대한 법정 안팎의 평가도 일단 합격점이다. 18일 법원장 재판에 참여한 한 사건 관계자는 “당사자 의견을 경청하고 원활하게 진행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법원장이 직접 챙기니 결과에도 신뢰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배 판사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재판 지연에 대해 법원에서 기울이고 있는 노력이 가장 잘 보이는 방안이지 않나 싶다”며 “앞으로 법원장이 재판 업무를 맡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각 법원 전체적으로 신속한 재판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매년 각 재판부에 장기미제가 누적되면서 사무분담이 바뀔 때마다 부담을 느꼈는데 그런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법원장의 사법행정 업무도 적지 않은 만큼, 법관의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