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폭언 시달린 수습직원, 회사서 숨져…일기장 보니
-생전 일기에 “대표님 말 자꾸 생각 나” 토로
-법원 “업무상 재해” 판결
회사 대표로부터 수차례 질책과 폭언을 들은 수습직원이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투신 사망한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26세였던 A씨는 2020년 7월 한 회사에 3개월 수습기간을 거친 후 채용한다는 조건으로 입사했다가 그해 10월 목숨을 끊었다. 그는 입사 후 대표로부터 여러 차례 질책을 들으면서 ‘해고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 것으로 파악됐다.
그해 10월 A씨의 일기장에는 ‘생각이 복잡하다. 욕먹었던 대표님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안 혼나고 싶다’ 등의 내용이 적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전날엔 다른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대표로부터 “처음 들어왔을 때랑 달리 낯빛이 좋지 않다” “정신질환 있냐” 등의 폭언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은 A씨가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에 숨졌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이 “업무상 사유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병원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수습기간 중 해고당할 수 있다고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회사 대표로부터 폭언을 듣자 극심한 수치심과 좌절감을 느꼈다”며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 증세가 악화했고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숨진 것으로 추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A씨가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그의 성격적 측면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 충동을 억제할 능력이 현저히 저하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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