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 설명하는 ‘각주(脚註·footnote) 판결문’ 논란
최근 주요 사건 판결문에 각주를 쓴 경우가 빈번하게 눈에 띈다. ‘각주(脚註·footnote)’란 본문 아래에 쓰는 보충 설명이다. 통상 문장이 길어져 본문만으로 이해가 쉽지 않을 때 사용된다. 각주는 주로 논문이나 연구 저서에서 내용의 출처를 밝히는 데 활용되지만 판결문에서도 쓰인다. 젊은 판사들이 쓰는 하급심 판결문을 중심으로 각주가 늘고 있고 드물긴 하지만 대법원 판결문에서도 각주가 등장한다.
이 각주의 적절성과 한계 논란이 법원내에서 일고 있다. 각주가 자칫 판결의 기판력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현재 판사들이 판결문을 작성할 때 각주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규정은 없다. 대법원은 1991년 ‘판결서 작성방식의 개선을 위한 참고사항’ 예규와 1998년 ‘판결서 작성방식에 관한 권장사항’ 예규를 마련해 ‘판결문 작성 방식’에 대해 규정했다. 그러나 각주 사용 규정은 따로 없다.
판사들은 “본문에 쓰기 애매한 내용을 각주에 쓸 수 있다”며 각주 활용의 장점을 설명했다. 상속인 수가 많아 지분을 계산해야 하는데, 이를 전부 본문에서 계산하면 내용을 알아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 경우 각주를 붙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판사들 사이에서는 “본문에 기재돼야 할 중요 내용이 각주라는 형태로 기입되는 순간 판결의 기판력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고등법원장을 지낸 심상철 법무법인CK 대표변호사는 “최근 1, 2심 판결문에 각주가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다”며 “법원 내 세대 차이로, 나이 든 판사들은 각주를 꺼려해 괄호를 쳐서 설명하곤 하는데, 논문에 익숙한 젊은 판사들은 각주를 다는 게 편하니까 일반 연구 논문처럼 판결문에 각주를 다는 경우가 잦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고법판사는 “판결문은 주문과 이유로 구성되고 둘을 결합해 판단을 하게 된다”며 “판결문에 각주가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판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내용일 경우도 있어 각주를 어디까지 허용할 지 그 기준에 대해 내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절차 진행에 관해 본문 내용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사항을 각주로 쓰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각주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각주 사용에 대해 소극적이지만 외국에서는 법리를 제대로 설명한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이라고 한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은 하급심은 물론, 연방대법원에서도 판결문에 각주를 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 SFA)이라는 보수 학생 단체 vs 하버드대학교 케이스를 보면, 각주가 총 182개에 이른다. 이 케이스는 소수인종 학생의 입학 우대정책 관련 사건으로, 판결문에는 연방대법원 대법관의 일부 쟁점에 대한 의견을 각주로 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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